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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사진 2017. 10. 25. 13:28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 1일째



10월 1일 연휴 둘째날,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오던 시베리아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는 꿈을 품고 부랴부랴 여행준비를 한지 한달째 되는날이자 러시아 여행 첫날이다. 

연휴라서 공항이 많이 붐빌거라 예상해 12시 반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8시쯤 집에서 나와 출발했는데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끊으려고보니 공항버스가 10시까지 모두 매진이네?!! 약 10일간의 연휴이니 사람이 많을거라곤 예상했지만 버스표가 모두 매진되었을 줄이야. 여기저기 전화로 헬프를 요청하다 결국 같은동네 사는 친구한테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친구차를 얻어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즐거운 연휴, 간만에 늦잠을 자던 친구놈을 깨워 씻지도 못한채로 불러내 기사까지 시킨게 너무 미안해서 선물로 제일 좋은 보드카와 주유소에서 기름 가득 채워준다는 약속을 하고 왔지만 공항까지 가는 한시간 내내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연신 미안하단 말만 한 100번정도 반복한듯.

친구의 크나큰 도움으로 무사히 공항 도착해서 항공사 카운터로 향하는데,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자동출국심사대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받고 보안검사대 통과하는데만 한 2시간정도 걸린듯 싶다. 

면세점에서 쇼핑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뛰어 보딩 마감시간 10여분 남기고 무사히 탑승!! 하지만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 

비행기 티켓 예매할때 빌어먹을 러시아 항공사 사이트가 한국어가 지원안돼서 짧은 영어실력으로 예매 중, 기내식 선택란에 Salmon이라 써있고 뒤에 괄호로 뭐라뭐라 써있길래 뒤는 자세히 안보고 '아 여긴 기내식도 선택할수있나보네? 연어먹어야지' 하고 체크했을 뿐인데 그게 유대인용 기내식일 줄이야. 

다른사람들은 다들 맛있게 돼지고기 먹는데 나만 유대식 식단을 받아서 먹게되었다. 옆에 앉은 러시아 아가씨가 말은 안했지만, 쟤는 왜 동양인인데 유대인용 기내식을 먹지? 하는 눈빛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라. 개쪽팔림 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맛있었다..ㅠㅠㅠ



먹다가 중간에 찍은 기내식 사진ㅋ


3시간정도를 날아 환승지인 하바롭스크에 도착! 

하바롭스크 국제공항 출국장의 첫느낌은 기차역이었다. 아니 어쩌면 시골 버스터미널보다 더 작을듯. 현지 유심을 사려고 했는데 유심파는데는 커녕, 출국장에 흔히 보이는 환전소조차 하나 없다.  

국제공항에서 국내선을 탑승하려면 따로 떨어져있는 국내선 탑승장까지 가야한다던데, 국내선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커녕 영어로 된 푯말조차 하나없어 잠깐 어리버리까다가 러시아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쪽으로 향해 걸어가니 국내선 탑승장이 보였다.


출국장을 완전히 빠져나오면 보이는 위 사진속에 보이는 큰 건물이 하바롭스크 국내선 탑승장이 있는 건물이다. 

한창 공사중이라서 도로가 개판이었는데 건물까지 쭉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길이 있었음.



하바롭스크 공항 앞 광장(?) 주차장(?) 모습



하바롭스크 공항 국내선 내부



여기서 또다시 고난 시작. 벌써 여행 첫날에만 3번째 고난 ㅠㅠ 인터넷 하나만 믿고왔기 때문에 가이드북과 지도도 없이 와서 현지 유심을 사는것이 오늘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는데, 다행히 유심 파는곳은 발견했다. (국내선 탑승장 들어오자마자 바로 왼쪽에 보이는 노란간판, 종업원 영어 가능)

문제는 수중에 달러만 있고 러시아 돈이 땡전한푼도 없다는거다. 그리고 얘들은 신용카드를 받는데도 거의 없음 ㅋㅋ 동남아 산간오지에 있는 공항에도 기본적으로 은행이나 환전소는 다 있는데 하바롭스크에는 공항에 은행이랑 환전소가 왜 하나도없는걸까ㅠ

이르쿠츠크 가는 비행기가 밤 9시 출발이라, 원래 계획은 후다닥 환전해서 하바롭스크 시내구경좀 하고 비행기 타려고 했는데 은행이 없다!!ㅠㅠ 인포메이션센터에도 가서 물어보고, 여기저기 다 쑤시고다니며 은행찾느라 거의 1시간 이상을 허비했지만 결국 찾지못해서 시내구경은 포기 ㅠㅠ. 공항 주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은행을 찾아본 후 내린 결론, 공항 반경 2km 이내에는 은행 비슷한것도 없다.

버스타고 1시간 나가면 갈수있는 하바롭스크 시내에는 분명 환전 가능한 은행이 있겠지만, 버스비를 한국돈으로 낼수도 없고 ㅠㅠ

모든것을 체념하고 다시 공항에 들어와서 이르쿠츠크 비행기 올때까지 기다려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짐맡기는 곳 근처에 많이 보던 기계 4대가 주르륵 서있는것이 아닌가?!!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그자리에 있어서 ATM인줄도 몰랐다. 

이미 은행찾아다니느라 2시간을 허비한 이후라서 시내에 나가봤자 여유시간은 1시간, 이미 시내구경은 물건너갔다. 일단 유심이라도 사야지 싶어서 해외인출수수료를 무려 3000원가까이나 내고 ATM에서 현금서비스 받음. 

이때만 해도 러시아 루블에 대한 개념이 별로없어서 10000루블 정도면 되겠지? 하고 뽑았는데 알고보니 한화로 20만원가치였다. 어쩐지 최소출금금액으로 500루블부터 있더라니... 

러시아 돈은 단위가 루블(₽)로 1루블이 19.xx원이니까 원(\) / 20 = 하면 얼추 비슷하다. 한화로 계산하려면 반대로 * 20 하면 된다.


은행별로 있는데 난 젤 믿음직해보이는 두번째놈으로 선택. 

러시아어로만 나오고 영어로 안나와서 좀 당황했는데 카드를 넣으니까 자동으로 영어로 바뀌었다. 아마 외국카드 여부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언어가 바뀌는 구조인듯.



일단 돈이 생겼으니 유심을 사야하는데 휴대폰가게 아가씨가 고액권 지폐는 잔돈이 없어서 안받는단다... 그런데 공항만 그런게 아니라 러시아에선 어딜가던 상점에 잔돈이 좀 부족한듯.(모스크바 같은 대도시는 모르겠다) 공항내부를 어슬렁거리다 일단 고액권을 잔돈으로 바꾸고 배도 채울겸 2층 바에 갔더니 잔돈이 있다고해서 맥주와 샌드위치를 450루블에 먹었다. 한화로 9000원돈인데 아직 러시아돈 개념이 약할때라 그냥 쓰고봄ㅋ 샌드위치 맛은 그저 그랬다.

간신히 잔돈을 만들어 유심가게에 다시갔더니(이집만 한 4번 들락날락 함) 러시아어로 된 팜플렛을 보여주며 다짜고짜 어디로 갈거냐고 묻는다. 알고보니 하바롭스크에서만 쓸수 있는 유심은 350루블, 러시아 전체에서 쓸수 있는 유심은 600루블이라서 하바롭스크 이외로 갈 경우 350루블짜리 유심은 쓸수 없기 때문이다. 

팜플렛에 영어 하나 안써있고 키릴어로만 써있어서 몇 기가를 주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20гб라고 써있어서 대충 20기가쯤 주나보다 하고 600루블짜리로 구매. 유심 사서 끼우고 키릴어 г을 검색해보니 g발음이 맞다. 20gb가 맞나보다. 근데 20기가를 만이천원에 그냥 주진 않을테고, 몇몇 나라 유심을 쓰다보면 한 1~2 기가까지는 3G나 LTE로 제공되다가 그 이후는 개느려지던데 아마 얘도 그런듯.

공항 대기실에는 한 열명남짓 한국사람들이 보였는데 그 중 한 여성분이 나와 똑같이 루블이 없어 유심을 못사고 계시길래 ATM 위치 알려드렸더니, 사탕하고 초콜릿을 주셨다. 그거 하나씩 까먹으면서 공항 안팎을 헤집고다님.



하바롭스크 공항 국내선 입구 모습



공항에서 할수있는거라곤 어슬렁거리기와 휴대폰 인터넷뿐이라서 3시간 넘게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더니 베터리가 간당간당하다. 보안검사대 통과하기 전에는 딱히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보안검사대 지나서 있는 대기실에 핸드폰 충전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비행기 탑승시간 될때까지 또 대기..


 

보안검사대 통과 후 대기실의 창가쪽 기둥에 220v하고 5v usb 충전콘센트가 있다. 

근데 러시아 220v 콘센트는 한국보다 좀 구멍이 커서 헐거움. 잘 걸쳐놓지 않으면 꽂아놨는데도 충전이 안되는 불상사가 종종 생긴다.



그렇게 구경한것도 없이 하루가 다 가버리고 비행기에 탑승해서 이르쿠츠크로 출발. 중간에 기내식이 나왔는데 이번엔 다행히 유대식이 아닌 일반기내식 :)


오로라항공 기내식. 돼지고기 맛있다!!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비행시간은 약 4시간. 인천에서 하바롭스크 가는시간인 3시간보다 1시간이 더걸린다. 러시아의 광활한 땅덩어리가 새삼 느껴진다.



공항 앞 모습. 기차역에서 막 나온듯한 기분이다.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 시간은 약 12시 ㄷㄷ 하바롭스크공항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의 공항에 그나마 있는 상점들도 밤이 되어서인지 문을 닫아 썰렁하다. 

밖에 나와보니 10월 2일인데도 완전 한겨울 날씨다. 휴대폰 온도계를 보니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의 한파인 것인가..

공항 맞은편 건물엔 클럽라도 있는지 쿵쩍거리고 있고, 앞에선 덩치 큰 러시아성님들이 택시 호객 중. 근데 택시는 없고 대부분 일반차량으로 택시영업(불법??!)을 하는 듯 싶다. 

보통때 같으면 바가지쓰는게 싫어서 택시는 안탈텐데 밤 12시에 버스가 다닐리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택시를 찾았다. 낮시간이면 걸어다니기라도 할텐데 시간이 12시인지라.. 칼맞으면 피나고 아야함ㅠㅠ 불법영업(?)을 하는 일반차들 사이에 그나마 택시라고 쓰인 표시등이 있는 차를 찾아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출발.

타고 목적지를 설명하니 아저씨가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정식 택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따로 미터기가 달려있진 않고, 스마트폰 미터기 앱을 이용해서 요금측정을 하는것이다.

얼마 되지않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요금이 무려 700루블ㅋ 미터기 주작질을 한거같지만, 아직 첫날이라 이동네 물가사정도 잘 모르고, 일단 안털리고 무사히 도착했다는사실에 감사하며 요금내고 후다닥 근처 호스텔로 이동했다. 도미토리하고 트윈룸이 있는데 난 소중하니까 트윈룸으로 결정! 요금은 한화로 약 3만원정도. 도미토리는 그 반값이었다.



첫날 간 마르코폴로 호스텔 입구.



그냥 전형적인 호스텔 모습이다. 화장실은 공용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도미토리에서 잘걸 그랬나보다.



1일차 총 경비.

이르쿠츠크행 항공권 \271,000

인천공항, 아메리카노 \4,500

하바롭스크공항 바, 맥주/샌드위치 450루블(\9,000)

하바롭스크공항, 아메리카노 180루블(\3,600)

하바롭스크공항, 탄산수 25루블(\500)

이르쿠츠크공항, 택시요금 700루블(\14,000)

이르쿠츠크, 숙박비 1,440루블(\29,000)

수수료 및 기타잡비 \5,000

합계 \336,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