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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사진 2017. 12. 16. 10:53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바이칼 3일, 이르쿠츠크 3일째



바이칼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찾아왔다. 며칠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빨리 떠났으면 싶은 마음이 슬슬 더 커지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바가지와 패트병을 이용해 간단히 씻고 어제 산 러시아제 쿠키로 대충 아침을 떼웠다.


러시아 쿠키ㅋㅋ 그닥 딱딱하진 않고 살짝 폭신폭신한게 초코파이느낌이다.


이르쿠츠크행 버스 출발시간이 10시니 알혼에서의 시간이 대략 2시간정도 남아있었다. 후지르 마을에는 딱히 놀거리가 없어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그냥 산책하는게 전부ㅋ 산뜻하게 부르한 바위 산책으로 시작했다. 


부르한 바위쪽으로 가니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고 있었음.


부르한 바위가 보이는 전망대에 있는 제단?? 토템?? 아무튼 뭐 그런류. 나무에 오색 천을 둘둘 감아놓은게 분위기가 우리나라 서낭당하고도 비슷하고 티벳 룽다하고도 좀 비슷하다. 


사진 왼쪽에 있는 아저씨는 몽골에서 온 여행객 아저씨.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길래 몇장 찍어드렸는데 포즈가 범상치 않으셨음. 아저씨 답지 않게 각종 모델포즈를 취하셨다. 어디나라사람이냐고 물어서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심 ㅋ 그래서 첨엔 한국인인줄 알았음 ㅋㅋ 

바위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니 3년정도 일하러 한국에 계셨다고 했다. 아저씨가 여기 알혼섬이 징기스칸의 고향이라고 설명해주심. 바이칼이 비록 지금은 러시아 땅이지만 한국사람이 백두산을 신성하게 생각하듯, 몽골사람들에게 성지라고 하셨다. 


겨울 정동진 느낌 ㅋㅋㅋ 다른점은 정동진은 바다고 여긴 호수라는 점 ㅎ


후지르 마을 옆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본 콜택시 간판ㅋ 택시가 있다는 사실을 떠나는 날 아침에 알아버렸음ㅋ 좀 일찍 알았더라면 택시타고 여기저기 더 가봤을텐데 아쉽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찍은 후지르 마을.


숙소에 다시 들어왔더니 처음 보는 돼지고양이가 계속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살찐 모습 자체도 귀여운데 막 내 앞에서 뒹굴거리며 애교를 엄청부림ㅋ 목줄을 하고있는걸 보니 길고양이 같진 않은데 주인집 고양이인가? 아무튼 이녀석하고 좀 놀다보니 버스시간이 다 되어 숙소앞으로 나갔다.


숙소 앞으로 버스가 온다고 해서 가방내려놓고 30분을 넘게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옴 ㅠㅠ 옆 게스트하우스 중국여자 두명은 픽업버스가 와서 타고 갔는데.. 왜 내 버스만 안오는거임?? 집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알 수 없는 러시아말로 뭐라뭐라 하는데 그냥 여기 있으면 된다고 하는듯. 

11시가 다되었는데도 버스가 안와서 설마 나 버리고 갔나 싶어 버스를 예약했던 니키타 하우스에 가서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버스가 오다가 고장나서 새로운 차가 오느라 1시정도에나 올거란다.ㄷㄷ 

하.. 이번여행은 뭐 이렇게 계획대로 되는게 없냐 ㅠㅠㅠ 본의아니게 후지르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 2시간정도 더 생겼으니 근처나 좀 더 둘러보고 와야겠다 싶어서 가방을 맡겨놓고 또 나왔다.


후지르에서 가장 큰 대형마트. 대로변에 있다. 영업시간은 9시부터 23시.


쬬꼬파이!! 오리온이 아닌건 사도다!!


이러다간 점심도 못먹을것 같아서 마트에서 웨하스하고 우유???같이 생긴걸 샀다. 두개 합쳐서 155루블. 

웨하스는 한국에서 먹던거랑 비슷한데 완전 달다. 한 3개 먹으면 입에 단내가 나서 못먹을정도?ㅎ 우유는.. 이거 우유 맞나?? 러시아글을 읽을수가 있어야지.. 처음 한모금 마셨는데 무슨 생크림인줄 알았다. 유지방이 엄청 들어있는듯. 살짝 시리얼맛도 나고.. 아무튼 느끼하긴 하지만 못먹을 맛은 아니었다.


후지르 마을의 중심! 중앙연못!!(이라고 하기엔 연못이 아니라 시궁창에 가까움ㅋ)


우유와 웨하스를 먹으며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중앙연못을 지나 다시 니키타에 들어왔다. 니키타에서 화장실이 가고싶어 물어물어 갔는데 수세식 화장실!!! 알혼섬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처음 봤다. 이래서 사람들이 니키타 니키타 하는구나.ㅠ

니키타 직원아저씨가 자꾸 내 친구는 어딨냐고 물어본다. 한아씨 얘기하는듯. 이 아저씨 나한테 계속 한아씨 얘기만 하는거보니 아무래도 한아씨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ㅋ


12시 20분쯤 되어서야 이르쿠츠크행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우릴 태우고도 바로 출발하지 않고 여기저기 게스트하우스를 다 들려 사람들을 다 태우고, 마을 입구의 버스터미널에서 한 20분 더 정차하고서야 출발했다.


인포메이션 센터라고 쓰여있는 여기가 버스터미널인듯. 여기에서 좀 오래 대기했다. 아저씨 저 빨리 이르쿠츠크 가야지 이르쿠츠크 관광할수 있단 말이에요ㅠㅠ 빨리가주세요ㅠㅠ


버스타고 차창밖에서 본 알혼섬 풍경. 첫날보다 훨씬 하늘이 맑은 느낌이었다. 창문 선팅때문에 사진이 좀 짙게 찍힌감이 없지않지만 하늘이 정말 파랗다 못해 검게 보일 정도.


다시 선착장에 왔다ㅎ 육지에서 다시 4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함.ㅠㅠ 


가는 도중에 소떼도 보고.


말떼도 보고.. 차가 너무빨리달려서 자꾸 초점이 안맞고 흔들리게 찍힘 ㅠㅠ 그보다도 끝이 안보이는 시베리아 벌판의 지평선 ㄷㄷㄷ


추수가 끝난 밀밭도 보고..


하지만 4시간동안 거의 대부분은 여기와 비슷한 풍경.. 아 지친다 ㅋㅋ


3시쯤 잠깐 휴게소에 들려 소세지가 가운데 들어있는 빵 하나 사먹었다. 50루블. 이번 러시아 여행은 시간에 쫓겨서 뭐 제대로 먹은게 없는듯..ㅠㅠ

여행의 3대 재미가 '좋은 사람만나기', '좋은 곳 구경하기', '좋은 음식 먹기'라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먹는건 그냥 살기위해 먹는수준? 맛있는거 먹는건 포기하다시피 했다ㅠㅠ


여차여차 이르쿠츠크 도착!! 길이 막히니까 터프한 기사아저씨가 맞은편에서 차가 오든지 말든지 그대로 유턴해서 샛길로 갔다. 불곰국 성님의 터프함 인정.


이르쿠츠크 초입에서 본 안가라강.


6시 10분쯤에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여기서 내린건 나와 서양인 한명 뿐. 나머지 10여명의 중국인들은 따로 숙소까지 픽업해주는 듯 보였다. 

기차가 출발하는 9시까지는 대략 2시간 반 남짓 남았다. 이르쿠츠크 시내를 다 보고 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뭐라도 하나 보고 가자는 마음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카잔 성당으로 무작정 향했다.

20분 거리가 1시간 처럼 느껴졌다. 어깨 빠지는줄 ㅠㅠ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하고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독특하고 아기자기 이쁘게 생긴 성당이 멀리서 보였다.



카잔 성당 도착!!!


해도 뉘엇뉘엇 지고 있었고 주변 건물들이 그닥 이쁘지 않은 판자건물들이 많아 성당 자체가 무척 이쁨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별로 안이쁘게 나왔다.ㅠ


시간이 별로 없어 대충 보고 바로 역으로 출발 ㅠㅠ


옆 트램 정류장에서 4a트램을 타고 역으로 직행. 같이 트램을 기다리는 슬라브누님.. 키 크다.. 부럽다..


그렇게 트램을 타고 역으로 ㄱㄱ

밤의 이르쿠츠크 거리가 이뻐서 가는길에 창밖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는데 트램 창문이 지저분해서 그런지 이쁘게 안찍혔다.ㅠㅠ


멀리 보이는 Krestovozdvizhenskaya Tserkov 성당. 저기도 가보고싶었는데 ㅠㅠ 그냥 트램 창문으로 바라봄 ㅠ



다시한번 이르쿠츠크 역 도착!!


돈이 45루블밖에 안남아서 2000루블만 추가로 더 찾고...


기차시간 때문에 저녁시간이 애매해서 저녁도 간이까페에서 콜라랑 이상한 소세지빵같은거로 간단히 떼우고 ㅠㅠ


언젠가 다른여행자 블로그에서 본 역 앞 샤워장에 가서 100루블을 지불하고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시설이 썩 좋은건 아니지만 씻지도 못하는 후지르에 비하면 여긴 천국!!ㅋ


이르쿠츠크-나우스키 행 362 열차가 출발하기 39분 남았다. 여행객들의 헷갈림을 방지하기 위해 기차역 내 모든 시간은 모스크바시간으로 표기된다. 근데 난 이게 더 헷갈림..ㅋ

처음에는 이르쿠츠크-울란바토르 열차가 없어서 왜 없나 한참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일단 국경마을인 나우스키까지 가고, 거기서 객차를 분리해서 몽골 기관차에 다시 연결하고 운행하는 식이란다. 그래서 그냥 나우스키 가는 차 타면 되다 카더라.



내가 타고 갈 362 기차


몽골 가는 객차에 탑승하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서양인이 한 2/3, 나머지는 한국인?!ㅎㅎ 러시아인, 몽골인과 중국인은 오히려 몇명 없었다.


내가 2박3일동안 있을 2등석 기차 내부. 원래는 21번칸이었는데 후지르에서도 만났던 중국 아가씨가 자기 친구와 자리 바꿔주면 안되겠냐고 물어봐서 바꿔줌. 난 쿨하니까 ㅋㅋ 바꾸는건 어렵지 않았다. 차장 아줌마한테 얘기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하심.

아무튼 자리 바꿔준 덕분에 그나마 이친구들하고 좀 친해짐 ㅎㅎ 근데 세명 다 영어가 후져서 이건 뭐 말도 잘 안통하고..ㅋㅋ

내가 간 칸은 덴마크 아재와 몽골 남자애가 있었다. 그 중 덴마크 아재는 좀 낯익었다. 기차타기 전 플랫폼을 못찾아서 같이 헤맸던 분임ㅋ 여기서 다시 만나니까 반가웠다.

덴마크 아재가 영어를 좀 잘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기차 정차시간표 출력해놓은걸 보여줬더니 고맙다고 아몬드를 좀 주셨다. 난 어제 산 보드카 꺼내서 아재랑 같이 마심. 몽골친구는 영어를 못한다고 자기 자리에 그냥 누워있었는데 그래도 알아듣긴 하는것 같았다.


몰튼이 보여준 북극곰 발톱. 목걸이로 만들어 부적으로 지니고 다닌단다. 사진으론 금속같이 찍혔는데 기차의 천장이 비쳐서 그리 보이는거고, 금속보단 도자기나 유리같은 느낌이다. 이거로 한대 맞으면 정말 한방에 죽을듯 ㄷ

보드카도 들어갔겠다 안되는 영어 억지로 구사하며 덴마크 아재랑 계속 얘기함. 같은 칸을 쓰게 된 덴마크 아재 이름은 몰튼(MORTEN)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향은 그린란드란다.ㅋ 와 정말 가고싶은 동네!! 2달동안 휴가라서 세계일주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몽골 다음은 중국으로 가고, 그다음엔 일본으로 간 후, 여행을 마칠 계획이라는데... 완전 개부럽ㅠㅠ 

왜 한국은 안오냐고 하니까 전쟁날까봐 무서워서 못가겠단다 ㅠㅠ 하긴 이맘때 시국이 좀 불안하긴 했음.



4일차 총 경비.

후지르마을, 웨하스+우유 - 155루블(\3,100)

휴게소, 소세지빵 50루블(\1,000)

이르쿠츠크, 트램티켓 - 15루블(\300)

이르쿠츠크 역, 콜라+소세지빵 - 160루블(\3,200)

이르쿠츠크 역, 샤워실 이용료 - 100루블(\2,000)

이르쿠츠크 역, 현금서비스 수수료 - 약 \1,000

합계 \1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