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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사진 2018. 5. 19. 11:35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몽골 테를지 둘째날




아침 7시경 일어났다. 역시나 춥다. 온도는 영하 4도. 하늘에 눈이 가볍게 휘날리고 있었다. 난로는 화목난로였는데 아침에 보니 식어있었다. 아줌마가 어젯밤에 침낭을 괜히 챙겨준게 아닌가보다.



올름!


주인아줌마와 가이드 두명은 아침을 차리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주인아저씨가 아침에 우유를 짜고 왔는지 우유통을 들고 왔는데 통안에서 물에 불은 누룽지같이 생긴걸 계속 건져올렸다. 뭐냐고 물어보니 몽골어로 오름?, 올름? 이란다. 우유를 통에 놔두면 통 내부에 유지방이 붙어 자연적으로 생기는 버터같은건가보다. 생긴건 좀 비위상하게 생겼는데 별 냄새도 안나고 고소하니 맛있다. 빵에 발라먹으라는데 이쁘장한 몽골 가이드가 완전 좋아하며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많이 먹진 못함 ㅠ

아침은 간단하게 계란 후라이와 양고기 채소볶음밥 그리고 빵, 오름, 수테차 이렇게 먹었다.



밥을 먹고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8명 파티가 사진찍고 웃고 떠들고 하더니만 슬슬 갈 채비를 한다. 내 픽업기사는 점심먹고 나면 온다고해서 그때까지 기다리란다. 인터넷도 안되고 할것도 없는 이곳에서 5시간을 더있어야한다니 ㅋㅋ 정말 조용하고 여유로운 동네긴 한데 그런 여유로운 삶은 나하고는 맞지 않나보다. 하루밖에 안지났는데도 벌써 좀이 쑤심.


몽골 홍차 티백. 여긴 한국에서 커피마시듯 그냥도 먹고 수테차로도 먹고 요리에도 넣는듯? 암튼 홍차를 즐겨먹는다.


내가 계속 홍차만 마시니까 아줌마가 수테차 먹으라고 주심 ㅋ


오전에 딱히 할일이 없어 홍차마시며 빈둥대고 있으니 주인아줌마가 앨범을 가지고 왔다. 여기 온 여행객들의 사진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날짜를 보니 대략 2000년 초반부터 테를지에 터를 잡고 소를키우며 종종 관광객을 받으신 듯.


여행객들이 보낸 사진과 엽서를 차곡차곡 모아놓으셨다.


날씨가 흐리고 눈도 와서 그런지 사진이 칙칙하게 찍힌다..ㅠㅠ

심심할때마다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춥기도 많이 춥고 하늘이 흐려서 사진이 이쁘게 안나온다.  결국 몇장 안찍고 게르에 들어와 난로를 쬐며 티비를 봤다. 아줌마가 한국드라마 광팬인지 계속 한국드라마만 보신다.

분명 내가 아는 배우들이 나오는 한국드라마인데 처음보는 드라마다. 아침드라마인듯. 이런 막장스토리가 몽골에서도 먹히는것인가?ㅋㅋ 몽골어로 더빙이되어 한국말은 안들리는데 대충 입모양 보니 무슨 상황인지는 짐작이 간다. 딸내미가 알고보니 자기딸이 아닌듯 ㅋ

더빙 배우가 남자 1명, 여자 1명뿐인가보다. 배우들 목소리가 죄다 똑같음 ㅋㅋ 물론 우리나라도 더빙 배우가 1인다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최소한 목소리를 다르게 내던데.. 여긴 그런게 없나보다.


심심해서 밖에 나와 사진찍는데, 어제 하도많이 찍어서 딱히 찍을게없다보니 개도 찍고, 밥주워먹는 까치도 찍음 ㅡ.ㅡ 개한테 생 닭다리뼈를 준다. 으득으득거리더니만 어느샌가 뼈째 다 먹어치움.


그나저나 시간이 정말 안간다. 인터넷이 안되는 삶이 이렇게 힘든 삶일 줄이야. 인터넷 중독 말기인듯. 한 10년전에 여행다닐때는 스마트폰, 인터넷 없이도 가이드북 하나 들고 잘 돌아다녔는데.. 물론 인터넷까페에 자주 드나들긴 했지만 ㅎㅎ 지금은 스마트폰 없으면 여행도 못할것 같다. 


게르 안 책장에 사진이 있다. 주인아저씨 아줌마 젊었을때 모습인듯.


주인아줌마네 살림살이 구경. 2~3평 남짓 게르지만 집안에 기도하는 사당(?)까지 있다. 집안 살림 중 공산품은 한국제품이 심심찮게 있다.


집주인 아줌마 이름은 '가나'라고 했다. 아저씨 아줌마 이름 모두 가나란다. 아마 성을 말하시는듯?

몽골어로 더빙되어 무슨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드라마를 보며 기다리길 2시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만두인가보다. 아줌마가 냉동만두를 주섬주섬 꺼내셨다. 양고기만두인거같은데 안에 채소같은건 없고 오로지 고기다. 양고기 냄새가 심하게 나서 많이 먹고싶진 않았는데 아줌마가 한 15개정도를 주심..ㄷㄷ


주인아줌마랑 사진도 찍고


만두 먹음 ㅋ 만두를 토마토소스에 찍어먹었다.


간단히 만두를 먹고 마지막으로 테를지 산책을 하고오니 픽업기사가 왔다. 어제 왔던 아저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젊은 기사가 전기자동차를 끌고 왔다. 하이브리드도 아닌 100% 전기차를 최초로 타본 곳이 몽골이 될줄이야..


1박밖에 안했지만 정말 심심했던 테를지 안녕~


가기 전에 주인아줌마가 거대한 칭기스칸 동상이 근처에 있다고 가는길에 보고가란다. 말 안통해도 정말 신기한게 어떻게어떻게 다 이해가 됨 ㅋㅋㅋ 개신기 ㅋㅋ 그래서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으니까 픽업기사한테 가더니만 뭐라뭐라 말을 한다. 그러니까 픽업기사가 전화로 뭐라뭐라 하더니 날 바꿔주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이었음.

사장이 칭기스칸동상까지 가려면 20달러 더내라고하길래, 뭐 200달러도 아니고 2만원으로 하나 더보고가서 나쁠건 없지 싶어 좋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운전기사하고 쇼부치면 보통 10달러정도에 갈수 있다 카더라. 그냥 나한테 10달러만 달라고 해서 자기 10달러 먹고 몰래 갔다왔어도 됐을텐데.. 이 융통성없는 기사는 그냥 나랑 쇼부쳐서 가지 그걸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하고있다 ㅋㅋㅋ 생긴건 약간 양아치스탈이었는데 알고보니 완전 착해빠졌음ㅋㅋㅋ


징기스칸동상 앞 주차장에 있는 작은 기마병 동상들.. 작다고 썼지만 칭기스칸 동상에 비해 작은거지 사람보다 큼 ㅋ



칭기스칸 동상. 사진 말 머리 위에 살짝 점같은거 찍혀있는게 사람임.


칭기스칸 동상은 생각보다 많이 컸다. 주변에 별다른 건물도 없고 허허벌판이라서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칭기스칸 동상 말 머리 위에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갈 수 있지만 바람도 많이불고 추워서(사실은 입장료를 따로 받길래...) 그냥 밖에서 구경만 하고 왔다. 딱히 올라가서 멀리 본다 하더라도 어짜피 평원만 있을거같아서 ㅋ 근데 막상 한국오니까 왜 안올라갔을까 후회도 좀 되고 한다.


울란바토르 가는길에 마주친 평원. 이동네도 시베리아와 비슷하게 평원이 끝도없이 펼쳐진다.



양 보호구역.


한적한 고속도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몽골식 키릴문자로 울란바토르라고 쓰여있다.



차안에서 본 울란바토르 시내 모습.



2시간여를 덜컹거리는 2차선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 울란바토르에 왔다. 다른데는 차보기가 힘든데 울란바토르에는 차가 천지다. 저녁시간에는 차도 많이 밀림. 숙소앞에 도착해서 기사양반한테 팁이라고 5000투그릭을 줬더니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내평생 그렇게 좋아하는 얼굴은 살면서 처음본듯. 내 가방을 막 들어주려고 하길래 괜찮다고 하는데도 계속 땡큐땡큐 하면서 들어준다고 난리였다.

게스트하우스 도착하니 6시가 좀 안된시간이었다. 도착해서 사장을 만나 이틀밤 게스트하우스 숙박비와 징기스칸 왕복비용 그리고 마지막날 공항 픽업비용까지 토탈 68달러를 냈다. 잠깐.. 테를지 1박이 70달러였는데 이거 비싼여행이었네 ㅋㅋㅋ

숙소에 오니 어제 테를지에서 만난 단체여행객들이 이미 와서 씻고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와이파이 잡아 인터넷좀 하다가 밥을 먹으러 나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제 같이 테를지로 떠날때 아가씨들이 말해준 북한식당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평양식당 가는길에 본 몽골시내 모습. 여기저기 고층건물이 건설중이었고 상당수는 한국 건설사들 마크가 박혀있었다. 한국 건설사들이 몽골에 많이 진출해있는듯..


평양식당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약 20분정도 거리. 버스를 타도 되겠지만 하루동안 너무 조용한 동네에만 있어서 그런지 북적거림을 느끼고 싶어서 걸어갔다.


드디어 고려민족식당 발견


GPS에 구글맵 연동해서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라마다호텔있는 사거리에 도착. 여기서 위로 좀 올라가니 작은 호텔 1층에 고려민족식당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였다. 안에 들어가니 손님이라곤 나 혼자다. 농담안하고 좀 무서웠음. 식당 분위기 자체도 일반 식당이라기보단 약간 90년대 술집같은 분위기인데다가 한창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니, 전쟁하니 어쩌니 하며 북핵으로 떠들석하던 시기라서 더더욱.. 뭐 설마 나같으놈 납치하겠어 싶어 자리에 앉고 회냉면을 시켰는데 23000투그릭이다. 

사진찍으려고 하니까 사진찍으면 안된단다. 막 찍게 해달라고 애교떠니까 콧웃음까지 친다 ㅋ 좀 아쉽긴 하지만 뭐 괜히 타지에서 그것도 북한식당에서 트러블 일으킬 필요 있나 싶어서 안찍고 그냥 먹음.


울란바토르에서 쉽게 볼수 있는 노면트램. 얼핏 보면 그냥 버스랑 똑같다.


다 먹고 슬슬 나오려는데 한국인 연인으로 보이는 팀이 한팀 들어왔다. 그 사람들은 아예 종업원이 안보이는 창가 구석에 앉더라. 나도 그럴걸 ㅠㅠ 사진도 못찍고 ㅠㅠ 아무튼 먹고 다시 걸어서 숙소에 온 후 한 30분 쉬다가 8시경 징기스칸 광장 야경도 보고 먹을것도 좀 살겸 다시 나왔다.


밤의 울란바토르 거리는 진짜 농담 하나안하고 개무섭다. 9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사람은 적고 젊은 남자애들이 가죽바지 입고 떼로 몰려다닌다.  여행을 오기 전에는 몽골보다 러시아 밤거리가 무서울거같았는데 러시아가 오히려 더 안전하게 느껴질 지경.

살인도 많이 일어난다고 하고 여행자들 린치도 많이 당한다고 해서 최대한 현지인인척 하려했는데 아무래도 그동네 패션이랑 내 패션은 좀 차이가 큰가보다.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본다 ㅠㅠ


징기스칸 광장의 야경. 몽골 독립영웅 수호바타르가 이 광장에서 독립을 선포해서 수호바타르 광장이란 이름으로 불리다가 최근 징기스칸 광장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징기스칸 광장 양 옆에는 이쁘장한 건물들이 있음. 대충 보니 은행, 박물관 뭐 그런종류인듯.


술집에 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싶었는데 위험할듯 해서 징기스칸 광장 찍고 바로 턴해서 마트도 안들리고 숙소 근처 빵집에서 빵을 2500투그릭정도에 3개 샀다. 올때 버스를 타고 오려했는데 숙소에 돈을 다 두고 주머니에 500투그릭밖에 안남아있네??!! 버스비가 얼마인지 잘 몰라서 혹시 모자르면 쪽팔릴까봐 빵봉다리 흔들면서 걸어갔다.

숙소에 들어올 때쯤 테를지에서 본 남녀혼성여행파티 친구들이 오늘 밤에 집으로 가는지 짐을 싸서 나와있었다. 간단히 인사나누고 숙소에 들어와서 맥주랑 홍차랑 빵 하나 먹고 오랜만에 인터넷되니까 폰게임도 좀 하고 잤다.


찹쌀도넛같은건 이미 먹고 페스츄리랑 와플남았다.



7일차 총 경비.

홍고르 게스트하우스 2박 및 공항픽업비용 - US$48 (\57,000)

칭기스칸 동상 관람 추가비용- US$20 (\24,000)

울란바토르 픽업기사 팁 - 5,000 (\2,500)

북한식당 회냉면 - 23,000 (\11,500)

빵 3개 - 2500 (\1,250)


합계 \96,250





여행기, 사진 2018. 1. 4. 14:08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몽골 테를지 첫째날




기차 안이 너무너무 추워서 새벽 4시반에 깼다. 몽골친구가 자다가 답답했는지 문을 좀 열어놓은듯 했다. 하긴 어제 파티의 흔적인지 문을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여기저기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울란바토르 도착시간이 6시다보니 다시 자기도 뭐해서 그냥 누워만 있었는데 새벽 5시쯤 차장아줌마가 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깨웠다. 빨리 씻지 않으면 못씻을거 같아서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향했는데 이미 화장실 앞에는 씻으려고 줄서있는 사람으로 북적북적. 하 이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결국 세수도 못한 채 간신히 양치만 하고 6시경 울란바토르에 떨궈졌다.


울란바토르역 도착!!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아 컴컴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이 이름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예약한 홍고르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없어서 뭘타고 가야하나 쭈그리고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데 프랑스 아가씨를 픽업하러 온 골든고비 게스트하우스 픽업기사가 한자리 남는다고 US 2달러에 태워준다고 해서 바로 콜! 2달러를 아끼고자 픽업기사를 더 기다리고 있기에는 10월의 몽골 새벽공기가 너무 추웠다.



홍고르게스트하우스 앞 울란바토르 시내 모습. 아침노을이 예쁘다.



문열어주길 기다리며 셀카찍었는데 얼굴이 안나옴 ㅋ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려고 보니 번호키다... 벨을 계속 눌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고.. 조그마하게 5번키를 누르고 B를 누르면 열린다고 써있어서 그대로 해봤는데도 철문은 꿈쩍도 않는다. 


굳게 닫힌 홍고르 게스트하우스 입구. 새벽엔 벨을 눌러도 안열어줌. 보안걱정은 안해도 될듯..ㅡㅡ



한참을 눌러도 대답이 없어 주변을 서성이다가 24시간하는 국수집 비슷한걸 찾았다. 2300₮짜리 허여멀건한 국수같은걸 시켰더니 칼국수(?)가 나왔다. 맛은 좀 많이 느끼한 곰탕맛. 양고기가 좀 많이 들어있는데 먹을만하다.





대충 허기를 떼우고 다시 가서 벨을 눌렀는데도 응답이 없다. 그렇게 한 10분을 더 문앞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렸더니 7시 30분이 넘어서야 조그마한 남자직원이 눈비비며 나타나 자기가 픽업하러 가야하는데 늦잠을 자서 못갔다고 미안하다며 문을 열어줬다. 아놔 ㅋㅋ

체크인은 9시라 일단 로비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대기. 8시가 넘으니 여행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 씻으러 나왔다. 서양인 남자 2명을 뺀 모든 사람이 한국 여자들이다.ㄷㄷ 단체로 여행온듯.. 화장실과 샤워실이 공용이라서 북적북적하다.

홍고르게스트하우스 로비. 일반적인 가정집분위기다.




8시 40분에 멋쟁이 아주머니가 날 부른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인가보다. 오늘 방을 잡아 숙박하고 내일 테를지 국립공원 1박을 하겠다고 했더니 마침 오늘 테를지 가는 인원이 있다고 오늘 가란다... 내일 가면 픽업비를 더 내야한다고해서 쿨하게 오늘 간다고 함. 나란 남자 계획따윈 가뿐히 무시하는 남자.

동행은 오전에 로비에서 잠깐 본 한국 여자 두명이었다. 고비사막 투어를 마치고 한국 돌아가기 전에 당일치기로 테를지를 보고 간단다. 혼자 가는것보다야 덜 심심할테니 나도 뭐 나쁠건 없지.

테를지 가는 픽업차를 기다리는 도중 USIM을 살까 싶어 새벽에도 한번 봤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 UNITEL이라고 써있는 곳에 갔다. 유심은 여러종류가 있는거같은데 12000₮짜리를 선택했다.

직원이 영어를 하기는 하는데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계속 스마트따따 스마트따따 하는데 스마트따따가 뭔지 몰라서 우리나라 SK나 KT같은 통신사 말하는건가 싶었다. 알고보니 Smart Data..;; 러시아에선 영어하는 사람이 거의없어서 몰랐는데, 러시아식 영어발음인듯 싶다. 영어하는 몽골사람들 대부분 발음이 T를 띠, K를 끼 이런식으로 발음함.


10시쯤 30년은 되보이는 도요타 승용차가 왔다. 이동네 차는 한국산과 일본산이 대부분인데 중고차를 수입했는지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도 있고 오른쪽에 있는 차도 있고 혼돈의 카오스다. 뒷자리엔 여자분 두명이 타고 난 조수석에 탔는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라서 운전석에 탄 느낌.

울란바토르 시내 외각 모습.


울란바토르 시내는 마치 우리나라 소도시같은 느낌이었다. 생각외로 도로가 잘되어있고 차도 많아 많이 밀렸다. 울란바토르 빠져나오는데만 한 40분 걸린듯. 그런데 울란바토르를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톨게이트를 통과한걸 보니 분명 여기가 고속도로일텐데 우리나라 지방 시골도로보다 못한 2차선 도로가 계속 이어졌다. 아스팔트도 아니고 시멘트 도로였는데 군데군데 파여서 계속 덜컹거림. 울란바토르 주변 도로도 이모양인데 시골은 더 열악할듯. 



테를지 가는길의 고속도로.


가는길에 마주친 양떼. 대충봐도 한 2~300마리는 되는듯. 클라스가 다르다.


Oloo라고 하는 돌무더기. 뭔지는 잘 모르겠다. 공부좀 하고 올걸..


울란바토르 주변은 바위산이 좀 있는데 한 10여분 달리다보니 이내 티비에서만 초원 언덕이 끝없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간 곳은 Oloo라는 곳인데 우리나라 서낭당하고 비슷하게 꾸민 돌무더기다. 공부를 좀 하고 왔어야 여기가 뭐하는데인지 알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오면 그냥 공사장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돌무더기다. 구글에 검색해도 안나옴. 근처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하는 노점에 잠깐 서서 독수리 들고 사진도 찍고 쌍봉낙타도 탐.


사진촬영용 콘돌. 매하고 독수리도 있다. 10000₮내면 들고 사진찍을수 있다길래



난 독수리로 사진촬영 시도. 보기보다 엄청 무겁다. 독수리가 10kg, 콘돌은 20kg가까이 된다고 한듯. 함께 간 여자 한분도 매를 들고 찍었는데 무서워서 소리지르니까 매도 겁먹어서 날뜀 ㅋ


낙타는 여러번 타봤지만 쌍봉은 처음이라서 10000₮내고 얘도 한번 타봤다. 많이 태워주는건 아니고 그냥 근처 한바퀴 도는정도ㅋㅋ 단봉낙타랑 다르게 혹이 두개라서 그런지 떨어질 걱정도 덜하고 탑승감이 더 편안하다.



두번째로 간 곳은 100라마동굴이란 곳이다. 픽업기사 아저씨가 설명해주길 큰 바위 사이에 있는 작은 동굴인데 옛날 공산주의자들이 라마불교승들을 탄압할 때 100명의 라마승들이 이곳에서 두달간 숨어지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기사 겸 가이드 아저씨가 들어가봐도 된다길래 들어와봄.



생각보다 엄청 좁다. 여기서 100명이 두달동안 살았다고??!


구질구질한 모습이지만 인증샷도 남겨야지.



다시 고속도로 타고 ㄱㄱ


세번째로 간 곳은 거북이바위. 사진으로 보긴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엄청나다. 거북이바위 뒤로는 몽골에서 보기드물게 숲이 펼쳐져있었는데 거기가 바로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테를지라고 했다.

거북이바위. 올라갈수 있는지 머리꼭대기부분에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 테를지 전경. 국립공원이라고 하는데 여기저기 공사중이라서 분위기가 좀 산만했음.


내가 하룻밤 잘 게르.


테를지 도착하니 게르가 군데군데 펼쳐져있다. 기사아저씨가 한 게르앞에 차를 세우더니 오늘밤 내가 잘 곳이란다. 같이 온 아가씨들하고 함께 한시간정도 말을 타고 테를지 한바퀴 돈 후에 점심을 먹으러 게르에 들어감. 말이 오르막 올라갈때 헉헉거리며 힘들어하길래 한 10분 타겠지 했는데 1시간 넘게타니까 말한테 미안하더라.ㅋ 

내가 탄 말은 귀욤귀욤하게 생긴 얼룩무늬말이었는데 크기는 제일 컸다.


처음에는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사진은 커녕 고삐 두손에 쥐고 조심조심 갔는데 한 20분정도 지나니까 다들 말타는거에 적응했는지 말 가는 방향도 바꿔보고 빨리 달려보기도 하고 고삐 놓고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었음.

말타고 셀카찍긴 힘들어서 서로 찍어주고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이분들 내사진 안보내줌 ㅠㅠ



밥먹기 전 우유비슷한 차를 줬다. 수테차란다. 곰탕비슷한 맛이 나서 물어보니 소고기 삶은물에ㄷㄷ 우유하고 소금하고 홍차를 넣어서 만든단다. 차보다는 냉면집에서 먹는 육수먹는 느낌.




밥은 양고기에 파스타, 감자, 당근을 함께 넣고 끓인 스프였다. 입맛에 맞아서 잘먹었는데 아가씨들은 양고기 냄새때문에 못먹겠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있다보니 3시. 아가씨들은 다시 울란바토르로 떠나고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ㅠ
뭐 딱히 할것도 없고, 주변 경치는 이쁘고 해서 인생샷에 도전하기 위해 삼각대를 들고 숲으로 향했다. 낙옆송들이 노랗게 물든 모습이 쉽게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인데 모델이 불량이다. 간신히 한두개 건진듯. 





산책겸 사진찍고 게르로 돌아오는데 한국인 목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몇명이서 왔냐고 물었더니 8명이나 왔단다. 몽골에 파티맺고 단체로 오는 사람들 많던데 이친구들도 그런 모임인듯. 고비사막 투어하고 한국가기 하루이틀전에 테를지에서 간단히 하루 묶고 가려나보다. 혼자 여행다니다보면 나처럼 혼자온 여행자나 두명정도까지는 금새 친해져서 어울리는데 이런 단체로 온 친구들은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여행 스타일도 많이 틀리고.. 보통 현지인 가이드가 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가이드들이 공짜로 한명 더 챙겨줘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별로 안좋아함 ㅋ

그래서 홍차마시면서 좀 쉬다가 게르에서 나와 테를지 주변을 계속 걸어다니며 사진찍음. 이동네는 정말정말정말 말타고 사진찍는거 빼면 할게 아무것도 없다. 단체로 온 한국인들도 풀밭에 앉아서 노래부르고 춤추고 마피아게임같은거 하면서 시간떼우고 있었음ㅋㅋ




7시쯤 저녁먹는다고 게르 주인아줌마가 불렀다. 첨보는 몽골아가씨 두명이 밥하는걸 도와주고 있길래 딸인가 했는데 단체여행온 한국인들 가이드였다. 가이드가 왜 두명이지? 싶어서 물어봤더니 낮에 본 8명파티 말고 한국여자 5명이 한파티 더 왔단다. 여행자용 게르가 두동밖에 없는데 두파티가 오는 바람에 난 원래 자려고했던 게르에서 쫓겨나 주인아줌마하고 자게 됨. 원래 주인아저씨가 쓰는 침대를 쓰란다. 주인아저씨는 딸 집에 가서 잔다고 하고 쿨하게 나가심. 얼떨결에 주인아줌마하고 단둘이 같은방을 쓰게되다니..-_-;;


오늘 저녁은 양고기볶음밥?

주인아줌마네 살림집 내부 모습. 냉장고도 있고 티비도 있고 있을건 다 있다.


8명온 파티는 자기들 게르에서 따로 저녁을 먹고, 난 5명 파티하고 주인아줌마 게르에서 같이먹었다. 밥은 양고기국에 밥을 말고 졸인것 같은걸 줬는데 맛은 볶음밥 비슷했다. 한 친구가 양고기를 못먹어 아무것도 못먹고 있길래 러시아에서 사온 도시락 라면을 챙겨줌.



별사진 찍으려는데 내일 비가오려는지 날씨가 흐려짐...


별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아무리찍어도 이거 이상 안나옴ㅠㅠ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인것인가..


대충 먹고 별 사진을 찍기위해 나갔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생각보다 별이 적었다. 하늘이 흐린걸 보니 내일은 비라도 내릴것 같다.
기차에서 춥게자서 그런지 저녁부터 감기기운이 돌았다. 주인 아줌마가 침낭을 챙겨주셔서 물티슈로 몸 대충 닦은 후 9시도 안돼서 바로 잠에 들었다.



6일차 총 경비.

울란바토르역, 게스트하우스 픽업비용 - US$ 2 (\2,400)

울란바토르 UNITEL 매장, 몽골유심 1개 - 12,000 (\6,000)

테를지 1박2일 투어비용(픽업, 숙박비 포함) - US$ 70 (\84,000)

울란바토르 외각, 독수리 들고 사진찍기 - 10,000 (\5,000)

울란바토르 외각, 낙타타기 - 10,000 (\5,000)

테를지 픽업기사아저씨 팁 - 5,000 (\2,500)

합계 \104,900






여행기, 사진 2017. 12. 16. 14:01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2일째




새벽 6시경 어디선가 열차가 멈춰서서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 바람에 잠을 깼다. 울란우데에 도착했나보다. 우리칸에도 한 외국여자가 들어왔는데 이름이 한나(Hanna)라고 했다. 울란우데에서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은 약 40분, 잠 깬김에 일어나 먹을거좀 사올까 싶어 울란우데 역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문 연 상점이 하나도 없다. 울란우데는 나름 자치주 수도고 시베리아에선 큰도시라서 새벽 6시에도 상점이 좀 있을까 싶었는데 전멸이라니..


기차 안에서 바라본 6시의 울란우데 역. 아무것도 없다 ㅠ


7시가 조금 안됐을 무렵 기차는 다시 출발, 씻으려고 수건과 비누, 치약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앞은 이미 씻으려고 모인 사람들로 바글바글. 남자 화장실은 객차 뒷쪽, 여자 화장실은 객차 앞쪽이었지만 남녀 화장실 구분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화장실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몰튼이 홍차 티백을 주며 객차 뒷쪽에 있는 차장실에 뜨거운물이 나오는 온수기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라고 친절히 알려줬다. 고맙게 받고 아침 혹시 먹었냐고 물어보니 식당칸이 문을 닫아서 아직 못먹었단다. 아침을 못먹는건 아쉽지만 덕분에 홍차로 물배라도 채움.


기차에 있는 온수기, 

전기로 물을 끓이는줄 알았는데 뒷쪽에 화목보일러와 석탄이 있는걸 봐선 아마 석탄으로 물을 끓이는듯??!


화장실은 수도꼭지를 누르고 있어야지만 물이 나오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깔끔하고 괜찮았다.


오전 9시 경 자구스타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차. 내려보니 여기도 뭐 별거 없다. 그런데 정차를 왜 1시간 가까이 하나 봤더니 우리 열차 뒤에 있던 객차를 하나씩 떼어내고 있었다. 객차라고는 우리칸밖에 없고 떨어져나감. 아마 효율을 위해 필요없는 칸들을 하나씩 떼어내는듯? 기차가 막 떨어져나가고 여기저기 섞이고 해서 객차가 어디갔는지 몰라 한참을 헤메다가 어제 자리바꿔준 중국아가씨들이 알려준 덕분에 탑승.

객차가 떨어져나간건 좋은데 문제는 식당칸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 ㅠ 배고픈데 가방속에 먹을거라곤 콜라하고 보드카밖에 없음 ㅠ 인터넷 블로그에서 차장 아줌마가 먹을것도 판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사가지고 갔는데 그건 급행열차 얘긴가보다. 우리 기차는 차장아줌마가 아무것도 안판다. 좀 팔아주려고했는데 ㅠㅠ 


2층침대 위에 누워서 창밖을 바라보며 홍차마시기 ㅋ



1층 의자에 앉아서 창밖 바라보기.


창밖에는 끝없는 벌판이 계속 펼쳐졌다. 

창문은 열수 있게 되어있는데 나와 몰튼은 힘이 딸려서 문을 못열음 ㅋㅋㅋ 몰튼이 자기는 엔지니어라서 힘이 없단다ㅋㅋ 그래서 나도 엔지니어라서 힘이없다고 하니까 몰튼이 우리 둘다 머리로 일하는 사람이라서 힘이 없다고 나름 위로해줌.ㅋ

아무튼 창문 붙잡고 끙끙거리고 있는데 몽골친구가 자기가 열겠다고 하더니 한팔로 스르륵 창문을 연다 ㄷㄷ


창문이 열려서 기차 밖으로 카메라 내밀어서 사진찍을 수 있음 ㅋ

근데 차장아줌마한테 걸리면 혼남 ㅋ 바람들어오면 춥다고 ㅋㅋ


그래도 중국아가씨들이랑 몰튼이랑 문열고 몰래몰래 막 찍음 ㅋㅋ 


손내밀고 찍어도 벌판밖에 없고 딱히 찍을게 없다는건 함정 ㅋ



군데군데 작은 역들에서 계속 정차한다.




나와 몰튼, 한나 그리고 창문 열어준 우리칸 몽골친구 (이름을 까먹..ㅠㅠ 몽골사람 이름 너무 어렵다 ㅠㅠ) 4명이서 창밖만 쳐다보며 뻘쭘하게 가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점심얘기가 슬슬 나오면서 대화가 급 많아짐. 나우스키에 가면 점심 먹을데가 있냐고 물어보니 몽골친구가 나우스키역 근처에 작은 레스토랑이 하나 있을거란다. 1시쯤 도착 예정이니 조금만 더 참아봐야겠다.

몰튼하고 오늘 새벽에 탄 한나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여행을 계속했다.(몽골친구는 낮잠 잠) 울란우데에서 탄 한나는 호주사람이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어 겁나잘함ㅋㅋ 세계일주 중이라고 한다. 몰튼하고 한나하고 서로 자기네 나라 얘기를 막 해줌.

몰튼은 덴마크 연방은 덴마크, 그린란드, 페로 이렇게 3개 나라의 연합인데 다른나라 사람들은 페로는 잘 모른다면서 그에 대한 얘기를 했고, 한나는 영국 연방과 호주와의 관계, 그리고 호주의 관광지 같은 정보를 알려줬다.

그렇게 가는 와중에 창밖으로 강줄기가 보이면 서로 창가에 모여서 사진찍으려고 난리 ㅋ


다 다른데서 찍은건데 모두 비슷해보이는건 왜일까?ㅎㅎ


몰튼이 붙임성이 좋아서 오전에 이사람 저사람하고 친해지더니만 스페인 부부와 프랑스 아가씨도 우리 칸에 놀러왔다. 서로 자기소개하고 각자 여행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러시아 국경도시인 나우스키에 도착. 



차장 아줌마가 3시간동안 자유시간이라고 했다. 간단히 역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역 밖으로 ㄱㄱ


우리가 타고 온 울란바토르(Улаанбаатар)-이르쿠츠크(Ирку́тск) 열차



역에는 개들이 바글바글하다. 집없는 개인듯. 웨하스 먹고 남은게 있어서 줬더니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옆 앞 공원에서 바라본 나우스키 역사


역 앞에 있는 공원


밖으로 나왔는데 우와 여기도 정말 뭐 별거 없었다. 옆 앞에 큰 공원 하나와 작은 마을이 전부..ㄷㄷ

그나마 다행인건 역 앞에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몽골친구가 말한 식당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역 앞에 있는 슈퍼마켓(?)과 작은 노점. 그 옆에는 우체국같은 건물이 붙어있다.




구멍가게에서 산 도시락!! 드디어 빵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먹을수 있게 되었다.


간단히 마트에서 라면과 그리고 홍차를 사고 노점에서 소세지빵을 사먹은 뒤 나우스키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돌아다니다가 역 앞 공원에서 한국인 4분을 만났다. 연세가 부모님쯤 되보이시는 4분이서 여행중이셨는데 시베리아에서 그 비싸다는 바나나도 주시고, 보드카도 주셨다 ㅋ 그렇게 얼떨결에 일일 동행ㅋ

얘기해보니 이분들도 식당을 찾고 계셨다. 주변에는 카페가 없었는데 중간에 학교같은곳 앞에서 아이들을 만나 얘기(라고 쓰고 바디랭귀지라고 읽는다)를 해보니 역에서 우측으로 쭉 가다보면 식당이 있을거란다. 뒤늦게 발견하긴 했는데 마트 옆에 카페 500m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우중충한 색 표지판이라서 눈에 별로 안띄임.


식당을 알려준 아이들. 얘들은 초딩때부터 교련수업같은걸 받는지 군복을 입고있다.


카페가는길에 본 소 ㅋ 인도마냥 소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님.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멀리 녹색 지붕의 카페가 보인다.


공원에서 만난 한국분들이 커피도 사주심!ㅋ



식당이 없는줄 알고 마트에서 간단히 먹었는데 여기에서 밥도 판다ㅠㅠ 예약손님이 있는지 미리 차려진 밥상.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한국분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보고 혼자 여행다닌다고 멋지다고 하심ㅋ 사실은 같이 올 사람이 없어서 혼자온것뿐인데 ㅠ 

이분들은 한분이 여행사 사장님이셔서 새로운 여행코스를 개발할 겸 함께 여행오셨다고 했다. 몽골에서도 나와 비슷한 루트로 가실 예정인데 내가 일정이 살짝 달라 아쉽게 계속 같이 하진 못할듯.ㅠㅠ

이렇게 한 2시간여가 흐르고 카페에서 나와 여권심사를 받기 위해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여권심사는 기차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경찰복 입고있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패스. 괜히 사진찍었다가 핸드폰 뺏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ㅎㅎ

여권심사는 한번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업무가 다른 4팀이 번갈아가면서 들어왔다. 처음에는 세관인지 수화물 검사하는 경찰들이 들어왔고, 두번째는 마약? 수사대인지 개를 데리고 들어와서 한번 뒤졌던 짐을 또 뒤지고 갔다. 세번째에는 출국 심사팀인지 한사람씩 일으켜 세우고 여권사진과 얼굴을 대조하더니만 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팀은 도장 쾅쾅!!

여권 심사는 거의 1시간 넘게 이루어졌는데 그 사이에 화장실을 못간다 ㅠㅠ 커피를 마셨더니 쉬마려워서 죽을뻔.

모든 여권심사과정이 끝나자 차장님이 들어와서 몽골 입국카드를 한장씩 건네주셨다.  입국카드에는 숙소를 써야하는데 숙소 주소를 잘 몰라서 버벅이니 한나가 가이드북을 보여줘서 그곳에 있는 아무 숙소나 적고 무난하게 통과. 



오후 1시에 나우스키에 도착한 기차는 여권 심사가 끝나고 5시 10분이 되어서야 슬슬 출발을 했다. 그렇게 조금 가다가 6시경 드디어 몽골 수호바타르역에 도착!


수호바타르에 도착했을즈음에는 이미 하늘이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열차 시간표를 보니 거의 2시간 넘게 정차할 예정인데, 이 중 자유시간은 40분정도, 나머지 1시간 20분은 입국심사를 진행하는 시간이다. 

몽골 경찰은 러시아 경찰만큼 딱딱하진 않았다. 출국심사때는 계속 자리에만 앉아있었는데 기차를 내리지만 않으면 대기중에 좀 돌아다녀도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음. 다만 내리지는 못하게 경찰이 막았다. 러시아 출국심사와 비슷하게 경찰이 들어와 짐짝을 검색하고, 그 이외에도 몇가지 검사를 더 하더니만 경찰복을 입은 이쁘장한 몽골아가씨가 입국도장을 쾅쾅 찍어준다.


몽골 독립영웅인 수호바타르의 이름을 딴 수호바타르 시 전경이다. 몽골 제 2의 도시라는데 딱히 대단한 볼거리는 없어보였음.


자유시간 40분동안 몰튼과 함께 나갔는데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환전아줌마가 대뜸 붙잡고 환전할거냐고 물는다. 이런데서 환전하면 바가지 쓸게 뻔했지만 당장 몽골돈이 한푼도 없었기에 러시아에서 쓰고 남은 500루블을 환전했더니 16000투그릭으로 교환해줬다.

대략 계산해보니 2000투그릭이 우리나라돈 1000원. 이아줌마 만원받고 8000원만 준 셈이다 ㅋㅋ 이런 @#$%!! 돈 많이 버실듯 ㅋ

그 돈으로 역 앞 구멍가게에서 몰튼에게 맥주 하나 사주고 나도 두개 샀더니 6000투그릭. 하나에 1천원 꼴이었다.

몰튼을 먼저 보내고 난 몽골 USIM을 사기위해 역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파는곳이 없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 울란바토르에 가서 사야할듯.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Mini Market이라고 영어로 쓰여있는 구멍가게에 갔는데 한국계 미국인 아가씨가 남친과 함께 있었다. 폰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하고싶은데 충전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곤란해 하시길래 내 보조배터리를 빌려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심.


간단히 동네를 돌아다니고 수호바타르역에 다시 돌아오니 노을이 슬슬 지고있었다.


기관차가 달랑 우리 객차 1칸만 끌고옴ㅋㅋ


수호바타르 역사 정문.


함께 기차타고 온 여행객들과 플랫폼에서 맥주를 마시며 놀고있는데, 역무원이 여기서 먹지말라고 내보내서 역 밖으로 쫓겨남ㅋ


그렇게 맥주마시며 출발시간을 기다리는데 어느새인가 한칸밖에 없던 우리 객차 앞으로 10량이 넘는 객차가 새로 붙었다. 몽골에서는 몽골열차를 붙여서 운행하나보다.


내일 새벽 6시면 드디어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 2박3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새 기차에 타고있는 많은사람들과 친해진 덕분에 밤에 우리방에서 파티가 열렸다. 스페인인 2명, 프랑스인 1명, 몽골인 1명, 덴마크인 1명, 한국인 1명, 호주인 1명 이렇게 총 6개국 사람이 좁디 좁은 한 방에 모여서 맥주와 보드카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는 독일 아줌마와 우크라이나 아저씨까지 합세해서 총 8개국 사람이 모임 ㅋ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스페인아줌마가 막 나보고 남북간의 관계가 어떤지 김정은이 어떤지 핵미사일은 진짜 있는지 뭐 이런거를 묻길래 나도 카탈루냐 독립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꺼냈더니 이분이 막 격분한 목소리로 거의 1시간동안 카탈루냐 독립의 정당성에 대한 얘기를 했다ㅋ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카탈루냐 사람이고 할머니는 스페인 사람인 하프 카탈루니안이란다.

파티하던 당시 한나가 단체사진을 찍고 우리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 아가씨가 까먹었는지 사진 안보내줌.. 페이스북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으려나?ㅋㅋ

거의 11시가 넘어서야 파티가 끝났고, 슬슬 자기들 방으로 돌아감. 

좀 아쉽기도 해서 복도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 마시고있는데 나우스키에서 뵌 한국분들을 또 뵈었다. 보드카 먹으러 오라고 초대해주셔서 나랑 몰튼이랑 그분들이 계신 방으로 감 ㅋㅋ 어른앞에서 술 마시는거라 내가 술잔 받아 고개 돌리고 마시니까 이게 한국 술 문화라며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린란드식 술 문화를 알려줬는데 술먹고 취한 상태로 들어서 다 까먹음 ㅋㅋ

그 후에도 보드카가 좀 남았길래 몰튼과 독일인 아줌마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이서 남은 보드카를 더 마시며 우리끼리 더 놀았다. 독일인 아줌마는 몰튼처럼 둘다 몽골에 갔다가 기차를 타고 중국을 가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간 후 귀국하는 일정이란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길래 특별히 좀 알려줌 ㅋㅋ 그래봤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정도지만..ㅋㅋ

그렇게 떠들다가 거의 1시가 넘어서야 잠에들었다.



5일차 총 경비.

러시아 나우스키 마트, 도시락 라면 2개, 물 500ml 1개, 홍차 1개 - 210루블(\4,200)

러시아 나우스키 노점, 빵 1개 - 50루블(\1,000)

몽골 수호바타르 구멍가게1, 맥주 3캔 - 6000투그릭(\3,000)

몽골 수호바타르 구멍가게2, 보드카 1병 - 5000투그릭(\2,500)

몽골 수호바타르 노점상, 샌드위치 1개 - 1000투그릭(\500)

몽골 수호바타르 역, 길거리 환전수수료 - 약 \2,000

합계 \13,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