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이 너무너무 추워서 새벽 4시반에 깼다. 몽골친구가 자다가 답답했는지 문을 좀 열어놓은듯 했다. 하긴 어제 파티의 흔적인지 문을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여기저기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울란바토르 도착시간이 6시다보니 다시 자기도 뭐해서 그냥 누워만 있었는데 새벽 5시쯤 차장아줌마가 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깨웠다. 빨리 씻지 않으면 못씻을거 같아서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향했는데 이미 화장실 앞에는 씻으려고 줄서있는 사람으로 북적북적. 하 이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결국 세수도 못한 채 간신히 양치만 하고 6시경 울란바토르에 떨궈졌다.
울란바토르역 도착!!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아 컴컴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이 이름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예약한 홍고르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없어서 뭘타고 가야하나 쭈그리고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데 프랑스 아가씨를 픽업하러 온 골든고비 게스트하우스 픽업기사가 한자리 남는다고 US 2달러에 태워준다고 해서 바로 콜! 2달러를 아끼고자 픽업기사를 더 기다리고 있기에는 10월의 몽골 새벽공기가 너무 추웠다.
홍고르게스트하우스 앞 울란바토르 시내 모습. 아침노을이 예쁘다.
문열어주길 기다리며 셀카찍었는데 얼굴이 안나옴 ㅋ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려고 보니 번호키다... 벨을 계속 눌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고.. 조그마하게 5번키를 누르고 B를 누르면 열린다고 써있어서 그대로 해봤는데도 철문은 꿈쩍도 않는다.
굳게 닫힌 홍고르 게스트하우스 입구. 새벽엔 벨을 눌러도 안열어줌. 보안걱정은 안해도 될듯..ㅡㅡ
한참을 눌러도 대답이 없어 주변을 서성이다가 24시간하는 국수집 비슷한걸 찾았다. 2300₮짜리 허여멀건한 국수같은걸 시켰더니 칼국수(?)가 나왔다. 맛은 좀 많이 느끼한 곰탕맛. 양고기가 좀 많이 들어있는데 먹을만하다.
대충 허기를 떼우고 다시 가서 벨을 눌렀는데도 응답이 없다. 그렇게 한 10분을 더 문앞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렸더니 7시 30분이 넘어서야 조그마한 남자직원이 눈비비며 나타나 자기가 픽업하러 가야하는데 늦잠을 자서 못갔다고 미안하다며 문을 열어줬다. 아놔 ㅋㅋ
체크인은 9시라 일단 로비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대기. 8시가 넘으니 여행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 씻으러 나왔다. 서양인 남자 2명을 뺀 모든 사람이 한국 여자들이다.ㄷㄷ 단체로 여행온듯.. 화장실과 샤워실이 공용이라서 북적북적하다.
홍고르게스트하우스 로비. 일반적인 가정집분위기다.
8시 40분에 멋쟁이 아주머니가 날 부른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인가보다. 오늘 방을 잡아 숙박하고 내일 테를지 국립공원 1박을 하겠다고 했더니 마침 오늘 테를지 가는 인원이 있다고 오늘 가란다... 내일 가면 픽업비를 더 내야한다고해서 쿨하게 오늘 간다고 함. 나란 남자 계획따윈 가뿐히 무시하는 남자.
동행은 오전에 로비에서 잠깐 본 한국 여자 두명이었다. 고비사막 투어를 마치고 한국 돌아가기 전에 당일치기로 테를지를 보고 간단다. 혼자 가는것보다야 덜 심심할테니 나도 뭐 나쁠건 없지.
테를지 가는 픽업차를 기다리는 도중 USIM을 살까 싶어 새벽에도 한번 봤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 UNITEL이라고 써있는 곳에 갔다. 유심은 여러종류가 있는거같은데 12000₮짜리를 선택했다.
직원이 영어를 하기는 하는데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계속 스마트따따 스마트따따 하는데 스마트따따가 뭔지 몰라서 우리나라 SK나 KT같은 통신사 말하는건가 싶었다. 알고보니 Smart Data..;; 러시아에선 영어하는 사람이 거의없어서 몰랐는데, 러시아식 영어발음인듯 싶다. 영어하는 몽골사람들 대부분 발음이 T를 띠, K를 끼 이런식으로 발음함.
10시쯤 30년은 되보이는 도요타 승용차가 왔다. 이동네 차는 한국산과 일본산이 대부분인데 중고차를 수입했는지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도 있고 오른쪽에 있는 차도 있고 혼돈의 카오스다. 뒷자리엔 여자분 두명이 타고 난 조수석에 탔는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라서 운전석에 탄 느낌.
울란바토르 시내 외각 모습.
울란바토르 시내는 마치 우리나라 소도시같은 느낌이었다. 생각외로 도로가 잘되어있고 차도 많아 많이 밀렸다. 울란바토르 빠져나오는데만 한 40분 걸린듯. 그런데 울란바토르를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톨게이트를 통과한걸 보니 분명 여기가 고속도로일텐데 우리나라 지방 시골도로보다 못한 2차선 도로가 계속 이어졌다. 아스팔트도 아니고 시멘트 도로였는데 군데군데 파여서 계속 덜컹거림. 울란바토르 주변 도로도 이모양인데 시골은 더 열악할듯.
테를지 가는길의 고속도로.
가는길에 마주친 양떼. 대충봐도 한 2~300마리는 되는듯. 클라스가 다르다.
Oloo라고 하는 돌무더기. 뭔지는 잘 모르겠다. 공부좀 하고 올걸..
울란바토르 주변은 바위산이 좀 있는데 한 10여분 달리다보니 이내 티비에서만 초원 언덕이 끝없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간 곳은 Oloo라는 곳인데 우리나라 서낭당하고 비슷하게 꾸민 돌무더기다. 공부를 좀 하고 왔어야 여기가 뭐하는데인지 알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오면 그냥 공사장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돌무더기다. 구글에 검색해도 안나옴. 근처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하는 노점에 잠깐 서서 독수리 들고 사진도 찍고 쌍봉낙타도 탐.
사진촬영용 콘돌. 매하고 독수리도 있다. 10000₮내면 들고 사진찍을수 있다길래
난 독수리로 사진촬영 시도. 보기보다 엄청 무겁다. 독수리가 10kg, 콘돌은 20kg가까이 된다고 한듯. 함께 간 여자 한분도 매를 들고 찍었는데 무서워서 소리지르니까 매도 겁먹어서 날뜀 ㅋ
낙타는 여러번 타봤지만 쌍봉은 처음이라서 10000₮내고 얘도 한번 타봤다. 많이 태워주는건 아니고 그냥 근처 한바퀴 도는정도ㅋㅋ 단봉낙타랑 다르게 혹이 두개라서 그런지 떨어질 걱정도 덜하고 탑승감이 더 편안하다.
두번째로 간 곳은 100라마동굴이란 곳이다. 픽업기사 아저씨가 설명해주길 큰 바위 사이에 있는 작은 동굴인데 옛날 공산주의자들이 라마불교승들을 탄압할 때 100명의 라마승들이 이곳에서 두달간 숨어지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기사 겸 가이드 아저씨가 들어가봐도 된다길래 들어와봄.
생각보다 엄청 좁다. 여기서 100명이 두달동안 살았다고??!
구질구질한 모습이지만 인증샷도 남겨야지.
다시 고속도로 타고 ㄱㄱ
세번째로 간 곳은 거북이바위. 사진으로 보긴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엄청나다. 거북이바위 뒤로는 몽골에서 보기드물게 숲이 펼쳐져있었는데 거기가 바로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테를지라고 했다.
거북이바위. 올라갈수 있는지 머리꼭대기부분에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 테를지 전경. 국립공원이라고 하는데 여기저기 공사중이라서 분위기가 좀 산만했음.
내가 하룻밤 잘 게르.
테를지 도착하니 게르가 군데군데 펼쳐져있다. 기사아저씨가 한 게르앞에 차를 세우더니 오늘밤 내가 잘 곳이란다. 같이 온 아가씨들하고 함께 한시간정도 말을 타고 테를지 한바퀴 돈 후에 점심을 먹으러 게르에 들어감. 말이 오르막 올라갈때 헉헉거리며 힘들어하길래 한 10분 타겠지 했는데 1시간 넘게타니까 말한테 미안하더라.ㅋ
내가 탄 말은 귀욤귀욤하게 생긴 얼룩무늬말이었는데 크기는 제일 컸다.
처음에는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사진은 커녕 고삐 두손에 쥐고 조심조심 갔는데 한 20분정도 지나니까 다들 말타는거에 적응했는지 말 가는 방향도 바꿔보고 빨리 달려보기도 하고 고삐 놓고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었음.
말타고 셀카찍긴 힘들어서 서로 찍어주고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이분들 내사진 안보내줌 ㅠㅠ
밥먹기 전 우유비슷한 차를 줬다. 수테차란다. 곰탕비슷한 맛이 나서 물어보니 소고기 삶은물에ㄷㄷ 우유하고 소금하고 홍차를 넣어서 만든단다. 차보다는 냉면집에서 먹는 육수먹는 느낌.
밥은 양고기에 파스타, 감자, 당근을 함께 넣고 끓인 스프였다. 입맛에 맞아서 잘먹었는데 아가씨들은 양고기 냄새때문에 못먹겠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있다보니 3시. 아가씨들은 다시 울란바토르로 떠나고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ㅠ
뭐 딱히 할것도 없고, 주변 경치는 이쁘고 해서 인생샷에 도전하기 위해 삼각대를 들고 숲으로 향했다. 낙옆송들이 노랗게 물든 모습이 쉽게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인데 모델이 불량이다. 간신히 한두개 건진듯.
산책겸 사진찍고 게르로 돌아오는데 한국인 목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몇명이서 왔냐고 물었더니 8명이나 왔단다. 몽골에 파티맺고 단체로 오는 사람들 많던데 이친구들도 그런 모임인듯. 고비사막 투어하고 한국가기 하루이틀전에 테를지에서 간단히 하루 묶고 가려나보다. 혼자 여행다니다보면 나처럼 혼자온 여행자나 두명정도까지는 금새 친해져서 어울리는데 이런 단체로 온 친구들은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여행 스타일도 많이 틀리고.. 보통 현지인 가이드가 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가이드들이 공짜로 한명 더 챙겨줘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별로 안좋아함 ㅋ
그래서 홍차마시면서 좀 쉬다가 게르에서 나와 테를지 주변을 계속 걸어다니며 사진찍음. 이동네는 정말정말정말 말타고 사진찍는거 빼면 할게 아무것도 없다. 단체로 온 한국인들도 풀밭에 앉아서 노래부르고 춤추고 마피아게임같은거 하면서 시간떼우고 있었음ㅋㅋ
7시쯤 저녁먹는다고 게르 주인아줌마가 불렀다. 첨보는 몽골아가씨 두명이 밥하는걸 도와주고 있길래 딸인가 했는데 단체여행온 한국인들 가이드였다. 가이드가 왜 두명이지? 싶어서 물어봤더니 낮에 본 8명파티 말고 한국여자 5명이 한파티 더 왔단다. 여행자용 게르가 두동밖에 없는데 두파티가 오는 바람에 난 원래 자려고했던 게르에서 쫓겨나 주인아줌마하고 자게 됨. 원래 주인아저씨가 쓰는 침대를 쓰란다. 주인아저씨는 딸 집에 가서 잔다고 하고 쿨하게 나가심. 얼떨결에 주인아줌마하고 단둘이 같은방을 쓰게되다니..-_-;;
오늘 저녁은 양고기볶음밥?
주인아줌마네 살림집 내부 모습. 냉장고도 있고 티비도 있고 있을건 다 있다.
8명온 파티는 자기들 게르에서 따로 저녁을 먹고, 난 5명 파티하고 주인아줌마 게르에서 같이먹었다. 밥은 양고기국에 밥을 말고 졸인것 같은걸 줬는데 맛은 볶음밥 비슷했다. 한 친구가 양고기를 못먹어 아무것도 못먹고 있길래 러시아에서 사온 도시락 라면을 챙겨줌.
별사진 찍으려는데 내일 비가오려는지 날씨가 흐려짐...
별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아무리찍어도 이거 이상 안나옴ㅠㅠ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인것인가..
대충 먹고 별 사진을 찍기위해 나갔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생각보다 별이 적었다. 하늘이 흐린걸 보니 내일은 비라도 내릴것 같다.
기차에서 춥게자서 그런지 저녁부터 감기기운이 돌았다. 주인 아줌마가 침낭을 챙겨주셔서 물티슈로 몸 대충 닦은 후 9시도 안돼서 바로 잠에 들었다.
6일차 총 경비.
울란바토르역, 게스트하우스 픽업비용 - US$ 2 (\2,400)
울란바토르 UNITEL 매장, 몽골유심 1개 - ₮12,000 (\6,000)
테를지 1박2일 투어비용(픽업, 숙박비 포함) - US$ 70 (\84,000)
울란바토르 외각, 독수리 들고 사진찍기 - ₮10,000 (\5,000)
울란바토르 외각, 낙타타기 - ₮10,000 (\5,000)
테를지 픽업기사아저씨 팁 - ₮5,000 (\2,500)
합계 \104,900